환경 위기 시대를 맞이한 지금,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과 쓰레기 감축을 위한 정책이 국내외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이 있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분리배출이나 재활용을 넘어서,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전략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제로웨이스트 정책 방향, 해외 선진국의 주요 사례, 그리고 실제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1. 국내 제로웨이스트 정책 방향: 감량에서 순환으로의 전환
한국은 2020년대 들어서며 폐기물 처리 중심의 정책에서 자원순환형 구조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2050 목표와 ESG 경영 확대와 맞물려, 제로웨이스트 개념이 국가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 순환경제 전환 로드맵(2021): 플라스틱 사용 감축, 리사이클링 확대, 재사용 기반 확산 추진
- 1회용품 규제 확대(2022~): 카페 내 플라스틱 컵 금지, 편의점 비닐봉투 사용 제한
- 자원순환기본법 개정(2022):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강화, 생산단계에서의 감축 유도
- 지자체별 제로웨이스트 시범사업: 서울, 성남, 부산, 제주 등에서 제로마켓, 리필스테이션 운영 지원
특히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2022 시행)은 폐기물 관리와 감축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명시하였으며, 생산자가 제품의 전 과정에서 폐기물 감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향성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1회용 포장재 사용 증가, 재활용품 분리수거 혼란, 음식물 쓰레기 증가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제로웨이스트 정책은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시민 참여와 인프라 개선이 병행되어야 실효성이 생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 해외 사례: 법과 인프라로 완성하는 쓰레기 감축 사회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가장 앞서 있는 국가는 EU,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등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캠페인 수준이 아닌, 법제화와 지역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구조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① 유럽연합(EU)
EU는 2015년 순환경제 액션플랜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정책을 강화해왔습니다.
-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 지침: 빨대, 컵뚜껑 등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전면 금지
- 생산자책임제 강화: 생산자는 제품 폐기 이후 처리까지 책임
- 리필 포장 및 벌크판매 확대: 슈퍼마켓에 리필스테이션 설치 의무화
2020년 발표된 새로운 그린딜 정책은 모든 제품에 수리 가능성, 재활용성, 환경적 정보 표시를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제로웨이스트의 기준을 EU 전역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② 일본
일본은 가미카쓰 마을로 대표되는 제로웨이스트 시범 지역 정책이 유명합니다. 이 마을은 45가지 항목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며 80% 이상의 재활용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전통시장과 학교 등 지역 기반으로 리사이클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25%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플라스틱세 도입, 재사용 포장 촉진 등 다각도의 정책을 시행 중입니다.
③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국가 제로웨이스트 전략을 통해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특히 ‘Product Stewardship’(제품책임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자에게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 설치 의무화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교육과정에 제로웨이스트 교육을 포함해 어릴 때부터 생활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접근도 특징입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법, 세금, 교육, 유통, 지역사업 등 전방위적 정책 연계를 통해 제로웨이스트 실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 실효성 평가: 정책은 있으나 실천은 어려운 현실
제로웨이스트 정책은 국가의 의지와 시민의 실천이 함께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한국은 제도적 장치는 빠르게 마련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여러 시행착오와 한계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 시민 인식 부족: 분리수거 개념에 머물러 있고, ‘제로웨이스트’의 본질적 의미 부족
- 인프라 미비: 리필스테이션, 제로웨이스트 마켓 등 접근성 떨어짐
- 기업의 소극적 태도: 생산 단계 감축 노력 부족, 친환경 포장 전환 지연
- 지자체 간 격차: 일부 지자체는 선도적으로 추진하나 전국적 확산은 느림
- 정책 간 충돌: 위생 규정과 일회용 규제 사이에 혼란 발생 (예: 코로나19 시기 플라스틱 사용 증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시민-기업 간 유기적인 연결고리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소비자에게는 실천할 수 있는 도구와 정보를, 생산자에게는 실질적인 인센티브와 규제를, 정부에는 통합적 조정과 홍보 기능이 요구됩니다.
결론: 제로웨이스트 정책, 선언을 넘어 실현으로
제로웨이스트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자’는 슬로건이 아니라, 경제·환경·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사회적 대전환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연계 구조와 실행력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정책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시민이 생활에서 실천하고, 기업이 생산에서 변화하고, 정부가 이를 조율하고 지원할 때 비로소 제로웨이스트는 현실이 됩니다. 이제 선언을 넘어 실현으로, 우리 삶의 구조를 바꾸는 정책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