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설렘이 가득하지만,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는 자연과 현지 생태계를 해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많은 동남아에서는 환경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관광객이 남기는 흔적이 더 크게 작용하죠. 이번 글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쓰레기 없이 여행하는 방법과 자연보호를 위한 실천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지금 시작해 보세요.
하노이부터 다낭까지, 다회용 하나로 버린 것들
베트남은 매력적인 거리 음식, 저렴한 숙소,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여행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회용품 사용이 매우 빈번한 곳이기도 합니다. 하노이의 노천 식당이나 다낭 해변 근처 카페에서도 음식과 음료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오며, 빨대, 비닐봉지, 일회용 숟가락은 기본 제공입니다.
여기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려면 준비가 핵심입니다. 나는 하노이에 도착하기 전, 텀블러, 접이식 실리콘 용기, 스테인리스 빨대, 장바구니, 손수건 등을 미리 챙겼습니다. 이 작은 도구들로도 상당한 변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쌀국수 가게에서는 포장 시 용기를 내밀면 직원이 흔쾌히 담아주었고, 카페에서는 텀블러에 베트남 아이스커피를 받아 들고 다녔습니다. 특히 현지 시장에서 과일을 살 때는 플라스틱 대신 가방이나 천주머니를 사용해 현지 상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낭 해변에서는 직접 줍깅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지역 NGO에서 운영하는 해변 클린업 행사에 여행자로서 참여해 본 경험은 아주 인상 깊었으며, ‘단순 소비자’가 아닌 ‘함께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제로웨이스트는 다회용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현지인들과의 긍정적인 교류도 함께 만들어줍니다.
발리에서 롬복까지, 자연 속에서 쓰레기 없이 살아보기
인도네시아는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해변과 바다에서는 파도에 휩쓸린 플라스틱 봉투와 병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발리에서는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플라스틱 금지를 시행했지만, 관광객의 행동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는 미미합니다.
내가 실천한 제로웨이스트 여행의 핵심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물은 반드시 재사용 가능한 물병에 정수 필터를 부착해 들고 다녔습니다. 현지 게스트하우스에는 대부분 무료 정수기가 구비돼 있어 물을 사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식사는 로컬 식당 위주로 다녔고, 일회용이 나올 경우엔 미리 용기를 꺼내거나 “no plastic”이라 말하며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때로는 직원이 놀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경험은 롬복의 길리섬에서 만난 해양환경 교육 캠프였습니다. 이곳은 플라스틱 없는 섬을 목표로 운영되며, 참가자들에게 리유저블 키트를 제공하고, 숙소와 식당에서도 일회용품이 전혀 없었습니다. 심지어 쓰레기통도 거의 없고, 모든 것은 ‘다시 쓰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관광지에서 자연을 지키는 5가지 습관
제로웨이스트 여행을 실천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은 ‘자연을 존중하는 습관’입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어떻게 자연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가 여행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먼저, 입장료가 있는 보호구역이나 국립공원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따르는 것이 기본입니다. 금지된 구역을 넘거나, 야생동물을 만지려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현지에서 만든 로컬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 습관도 자연보호와 직결됩니다.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기념품 대신, 지역 장인이 만든 비누, 손뜨개 제품, 나무빗 등을 선택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현지 경제에도 도움이 됩니다.
셋째, 디지털도 비움이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충전기는 공용 멀티탭을 사용하고, 낮에는 햇빛으로 충전되는 솔라 충전기를 활용했습니다.
넷째, 모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는 원칙을 실천하세요. 작은 비닐 하나라도 그냥 버리는 순간, 그것은 누군가의 삶과 바다를 위협하게 됩니다.
다섯째, 나의 영향력을 기록하고 공유하기입니다. SNS에 제로웨이스트 여행 기록을 남기며 다른 사람에게도 행동의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행동은 혼자서 시작되지만, 실천은 함께할수록 힘을 가집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의 제로웨이스트 여행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 지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작은 도구 하나, 한 번의 거절, 짧은 대화가 모여 하나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당신의 가방 속에 다회용 아이템을 한두 개 더 넣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제로웨이스트는 여행의 무게를 줄이고, 마음을 가볍게 해 줍니다.